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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가 좀 많이 오더라.
어쩔 수 없이 했던 약속도 다 취소하고 집에 있기로 결정했지.
행여나 하는 마음에 베란다 문을 열었더니, 비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내리고 있더라.
양철지붕을 치는 빗방울의 경쾌함, 양동이에 들이치는 물방울의 접촉.
내리는 비를 이렇게 감성적으로 바라봤던 게 언제적이었을까?
나름 치열했던 2년여의 군생활, 나와서는 사람들을 만나느라 바빴던 하루하루.
정작 내 자신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것 하나하나에 관심 가졌던 적은 언제 였을까?
바깥과 통하는 모든 통로를 닫고.
바로 위 지붕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에 얼굴을 비춰본다. 오늘은 그럴 하루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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